시로 여는 일상/유홍준 시, 시교실

유홍준 이과두주

생게사부르 2016. 12. 11. 20:38

이과두주/ 유홍준

 

 

 

희뿌연 산

언덕에는 흰 눈이 내리고요

얼어죽을까 봐 얼어죽을까 봐

나무들은

서로를 끌어안고요

동치미 국물 동치미 국물을 마시며

슬픔 이과두주 마시는 밤

또 무슨 헛것을 보았는지 저 새카만 개새끼는 짖고요

저 하얀 들판에는 검은 새들이 내리고요

짬뽕 국물도 없이

시뻘건

후회도 없이

내리는 눈발 사이로 흘러가는 푸른 달 틈으로

적막하고 나하고 마주 앉아

이과두주 마시는 밤

 

이 조그만 것에 독한 것을 담아 마시는 밤

 

이 조그만 것에도 독한 것이 담기는 밤

 

 

* 이과두주의 원래

솥에서 증류를 두번 걸러 낸 술로 우리 한자식으로 읽으면 이과두주랍니다.

 

 

아래포장은 서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