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주제: 가난- 천상병, 안도현, 신경림

생게사부르 2015. 12. 9. 21:09

주제: 가난 


나의 가난은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서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 할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 예금 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 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잎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가난하다는 것
                                            안도현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늘 가슴 한쪽이 비어 있어
거기에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