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바닥
길바닥이 발바닥을 받아서 발바닥을 발바닥의 그 곳까지 모시고 가듯이
모든 바닥과 바닥 사이에
버들 강아지 같은 사랑이 물 오르기를
나는 바란다
그러나 나는 또 바란다
차라리 주먹에 가까운 당신 손바닥이 언제나 내 낯바닥을 기억 해 주기를
그리하여 내 시(詩)바닥이 언제나 당신 손바닥을 향하여 있기를
< 치워라, 꽃! / 실천문학사>
사랑의 형식 8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당신 너머에서 와요
내가 사랑하는 국화가
국화 너머에서 오듯이
꽃이 아니라 나비를 초대하기 위해
내가 심은 꽃나무가
꽃나무 너머에서 오듯이
1967. 충북제천
1998. 녹색평론, 성난발자국 외
1999. 실천문학, 우주적 비관주의자의 몽상외
2002. <목마른 우물의 날들>
2007. <치워라! 꽃>
2008. 동시집 <고양이와 통한 날>
2014. 평론 <다같이 돌자 동시 한바퀴>
* * *
동시나 동화를 쓰는 분들
나이가 들어서도 동심을 지니고 살아 가는 사람들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들이다.
딸 아이 초등학교 2학년 무렵, 학기초 학교를 찾아 갈 일이 있었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 가고 없었고 (물론 우리애는 학원에 있었지만)
마침 동학년 몇분 선생님들이 모여 교실 환경미화 작업을 하고 계셨다
종이에 본을 뜨거나 색종이로 꽃을 오리는 등의 가위질 하면서
잡담을 나누고 계셨는데 어찌 소녀들 같으시던지
확실히 중등 선생님들과는 다른 분위기임을 실감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내가 설흔 후반이었고 그 여선생님들 대부분 마흔 중반을 넘어섰고
오십대로 보이는 분도 계셨다
간혹 초등 선생은 그 나이대 아이들을 상대하니 딱 초등 수준이고 중학교 선생은 또
중학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들을 하기도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동심을 지니고 있다는 건 참으로 크나 큰 위로가 될 듯 싶다.
사실 세상 따라 살다보면 어른들끼리 상처 받을 일이 참으로 많기에 하는 말이다
이안 시인은 한바퀴 돌아 오신 듯 하다.
1988년 <성난 발자국>이나 1999년<우주적 비관주의자의 몽상> 같은 제목에서
<고양이와 통한 날>, <다같이 돌자 동시 한바퀴>로 바뀐데서 저간 10년의 변화를 나름 짐작 해 본다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틀을 깨려면 동시부터 써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여겨진다
동시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어린아이가 읽어도 통 할 수 있는 쉬운 글을 쓰는 훈련을 위해서 말이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리- 엘리베이터 꽃, 보랏빛이라는 것 (0) | 2016.08.04 |
---|---|
이규리- 소리의 角 , 폐허라는 것 (0) | 2016.08.03 |
안도현 사랑, 박남수 오수(午睡) (0) | 2016.08.01 |
임창아 주름잡던 시절, 화장 (0) | 2016.07.28 |
박지웅-서큐버스 (0) | 2016.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