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안도현 겨울 강가에서 외 네편

생게사부르 2015. 12. 2. 12:15

 

안도현 1. 

 

겨울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 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여울가에서

 

 

송사리떼에게 거슬러 오르는 일을 가르치려고

시냇물은 스스로 저의 폭을 좁히고

자갈을 깔아 여울을 만들었네

 

송사리 송사리들 귀를 밝게 하려고

여울목에 세찬 물소리도 걸어놓았네

 

시냇물의 힘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송사리는 송사리는 거슬러 오르고

 

그때

 

시냇물이 감추어 둔 손가락지 하나가

물 속에서 반짝, 하고 빛나네

 

 

山에 대하여

 

 

은 저 홀로 푸르러지지 않는다네

이 그 빛깔 흐려지며 그 너머 에게 자기를 넘기면

그 빛깔 흐려진 이 또 빛깔 흐려지며 그 너머 에게

자기를 넘긴다네

 

은 또한 저 홀로 멀리 사라지지 않는다네

한 山이 한山을 받아 앞에 선 山에게 짙어진 빛깔 넘기면

그 山은 또 그 앞에 선 山에게 더 짙어진 빛깔 넘기

그 빛깔 넘겨 받은 은 그 앞에 선 山에게 더더욱 짙어진

빛깔 넘긴다네

 

소나무 푸른 것은

우리동네 앞산

우리동네 앞산은

소쩍새를 키운다네

 

 

 

애기똥풀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마나 서운 했을 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 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사랑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