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 시
천개의 바람
그 바람마다
소리가 있기를
그 바람마다
춤이 있기를
그 바람마다
진정, 바람이 있기를
천개의 바람마다
슬픔의 뿌리
안으로
깊게
품고서
빨주노초파남보
이파리 살아가는 동안
안 본 듯
안 들은 듯
뿌리는 누워 있다
그런 날이 있다
시집이 철학개론처럼 읽혀지는 날이 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강물이 세상 끝날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바람결 타는 멀구슬 나무가 사람이 되어 눈에 밟히는
날이 있다
걸어왔던 길이 가파른 언덕이 되어 멀어지는 날이 있다
주머니 속에서 만져지는 마름이 낯선 손길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처음 같은 날이 있다
마지막 같은 날이 있다.
* * *
나는 알고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바다의 것이었다. 바람의 것이었다
아니 시간의 것이었다. 건질수도 없는 무(無)의 것이었다.
형체를 가졌다고 믿었던 죄로 천갈래의 가슴 찢어짐을 받아 안아야 했다.
한때나마 형체를 가졌었던 그래서 움직임과 머묾의 순간들을 지나왔던 자가 감당해야 할 업보였다.
십자가였다. 형상 속에서 만났던 존재들과 생살 뜯는 이별을 당했는데도
나의 피만 흥건하고 너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다. 이 슬픔을 기도로 바꾸려는 몸부림이
시인의 마지막 기도가 아닐까.
그럼에도 보고 싶다. 네가 너무 보고싶다.
갈수록 더 보고 싶다
천년도 찰나,
찰나도 천년,
천개의 바람은 곧 하나의 바람이다.
바람이분다. 그날처럼.
하여 우리는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다.
이 그리움이 바람이되어,
다시 소생하는 봄이되어
봄비(飛)가 되어
김원(문화평론가) 시집 해례에서
맹골수도에서 뭉텅이 떨어져 내린 동백꽃들에 대한 부채감...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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