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복효근-외줄 위에서

생게사부르 2016. 6. 19. 08:00

복효근

외줄 위에서


허공이다
밤에서 밤으로 이어진 외줄 위에 내가

있다
두겹 세겹 탈 바가지를 둘러쓰고
새처럼 두 팔을 벌려보지만
함부로 비상을 꿈꾸지 않는다
이 외줄 위에선
비상은 추락과 다르지 않다
휘청이며 짚어가는 세상
늘 균형이 문제였다
사랑하기보다 돌아서기가 더 어려웠다


돌아선다는 것,
내가 네게서, 내가 내게서 돌아설 때
아니다, 돌아선 다음이 더 어려웠다
돌아선 다음은 뒤돌아보지 말기
그리움이 늘 나를 실족케 했거늘
그렇다고 너무 멀리 보아서도 안
되리라
줄 밖은 허공이니 의지 할 것도 줄 밖에 없다
외줄 위에선 희망도 때론 독이된다
오늘도 나는
아슬한 대목마다 노랫가락을 뽑으며
부채를 펼쳐들지만 그것은 위장을 위한 소품이다
추락할 듯한 몸짓도 보이기에는
춤이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외길에서는
무엇보다 해찰이 가장 무서워서
나는 나의 객관 혹은 관객이어야한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리- 예쁘기를 포기하면  (0) 2016.06.21
이원-엽서, 공기에게  (0) 2016.06.19
천금순- 섬진강변에서  (0) 2016.06.18
이원- 여자와 횡단보도  (0) 2016.06.17
이규리-초록물결 사이, 풍경  (0) 201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