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순
섬진강변에서
비로소 강물은
지리산 고원분지 운봉땅에 고리를 박고
줄을 매달아 동편제 판소리 한가닥으로 흐른다
내가 발자국으로 걸어 온 몇 백리 길
거대한 동그라미 하나 그리며 흐르고 흐른다
산내, 운봉, 주천, 구례,하동으로
싸리꽃 찔레꽃 흐드러지게 핀 산속
막걸리주막의 외롭기만 하다는
할머니의 긴 넋두리도 흐름다
쌍계사 화개장터를 내려와
막차표를 끊어 놓고 잠시 남도대교 아래
강을 거슬러 오르는 은피라미떼를 본다
강 건너 초록의 대숲 시퍼런 낫으로 산죽을 치는
소리 휘어 활 시위소리 내며 흐른다
강물에 뜬 둥근 낮달에 늙은 내 얼굴 비추어본다
멀리 있는 그대에게 흐르는 물로 초록의 편지를 쓴다
1951년 서울출생
시집 「마흔세번째의 아침」 「외포리의 봄」 「두물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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