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원- 여자와 횡단보도

생게사부르 2016. 6. 17. 00:36

 

 

이원


여자와 횡단보도


신호등의 파란불이 빨간
불로 바뀐다 그래도
미처 욕망의 끝까지 건너지 못한
여자는 횡단보도를 건넌다
육체가 실린 환상은 현실이라
바닥에 끌릴 듯한 쇼핑 백들을
양손으로 추켜 올리며 건넌다
욕망은 금지의 신호에서 더 빛난다
그래도 하늘은 구겨진 곳이 없다

다리를 내 딛기도 전에
욕망의 손이 먼저 뻗는지
여자의 몸이 자주 기우뚱거린다
그래도 점점 더 벌어지는
두 개의 하이힐 사이

그림자는 한 포즈로 몸을

라간다 여자의 머리 위에서

하늘은 여전히 단단한 거울처럼 떠 있다

여자의 쇼핑백이 기어

횡단보도 끝에 닿는

여자가 건너온 길의 끝에는

사들이고 싶은 단단한 
담장이 이어지고 있다

복제된 세계를 움켜잡고 있는

여자의 두손은 아직도 무겁다

 

담장이 몸을 막아도

줄장미들은 제 시뻘건 영혼을

밖으로 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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