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규리-초록물결 사이, 풍경

생게사부르 2016. 6. 16. 01:34

이규리


초록물결 사이 드문드문 비치는 보랏빛 오동꽃 보며



라고,
그가 문자 메세지를 보내왔다
상행선 기차, 검진하러 가는 길

미친 복사꽃 지나
오동꽃 문드러지는 한나절 타고
짓이긴 꽃물 구성지게 번진 한판 세월
본 떠 놓은 간(肝), 울긋불긋한 간(肝)
한 달에 한번
꽃잎 같은 년, 다녀간 뒷자리 어지러이
그거 판독하러 가는 가는 길
판판이 기죽는 일

내 다 안다
별유천지에 모다 아프다 아프다 하는 것들
저리 붉고 어여쁜 입술들
꽃불에 닿은 자리라는 걸

 

 

풍경

 

 

다섯시간을 달려와 20분 동안 감상하라니

이 풍경들을 다 어쩌냐 어쩌냐,

연신 셔터를 누르지만

 

풍경을 어떻게 가져간단 말인가

 

누가 아무리 우겨도 같은 풍경은 없고

이미 풍경은 너무 많으니

우리 풍경으로 남지 않기를

 

또 옮기나보다

내가 머물지 않는데 나에게 무엇이 머물겠는지

다섯시간을 건너와 20분 만나거나, 전생을 건너와 파

란을 맞는대도

우리가 만나는 건 순간일 뿐

 

오래지 않아서

가져 갈수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스쳐가고 오는 동안

처음이고 나중인 풍경

너, 아니었는지

 

 

 

사진출처: 여고밴드,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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