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리
초록물결 사이 드문드문 비치는 보랏빛 오동꽃 보며
라고,
그가 문자 메세지를 보내왔다
상행선 기차, 검진하러 가는 길
미친 복사꽃 지나
오동꽃 문드러지는 한나절 타고
짓이긴 꽃물 구성지게 번진 한판 세월
본 떠 놓은 간(肝), 울긋불긋한 간(肝)
한 달에 한번
꽃잎 같은 년, 다녀간 뒷자리 어지러이
그거 판독하러 가는 가는 길
판판이 기죽는 일
내 다 안다
별유천지에 모다 아프다 아프다 하는 것들
저리 붉고 어여쁜 입술들
꽃불에 닿은 자리라는 걸
풍경
다섯시간을 달려와 20분 동안 감상하라니
이 풍경들을 다 어쩌냐 어쩌냐,
연신 셔터를 누르지만
풍경을 어떻게 가져간단 말인가
누가 아무리 우겨도 같은 풍경은 없고
이미 풍경은 너무 많으니
우리 풍경으로 남지 않기를
또 옮기나보다
내가 머물지 않는데 나에게 무엇이 머물겠는지
다섯시간을 건너와 20분 만나거나, 전생을 건너와 파
란을 맞는대도
우리가 만나는 건 순간일 뿐
오래지 않아서
가져 갈수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스쳐가고 오는 동안
처음이고 나중인 풍경
너, 아니었는지
사진출처: 여고밴드,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금순- 섬진강변에서 (0) | 2016.06.18 |
---|---|
이원- 여자와 횡단보도 (0) | 2016.06.17 |
이병초- 써레 (0) | 2016.06.15 |
반칠환, 한평생 (0) | 2016.06.14 |
이상국-산 목련에게, 국수가 먹고 싶다 (0) | 2016.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