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초
써레
올여름은 일없이 이곳 과수원집에 와서
공짜로 복송도 얻어먹고
물외순이나 집어주고 지낸다
아궁이 재를 퍼서 잿간에 갈 때마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고
잿간 구석에 처박힌 이 빠진 써레에
눈길이 가곤 했다
듬성듬성 시연찮은 요 이빨들 가지고
논바닥을 평평하게 고르긴 골랐었나
뭉텅뭉텅 빠져 나간게 더 많지 않았겠나
이랴 자라! 막 써레질로 그래도 이골이 났었겠지
창틀에 뒤엉킨 박 넝쿨들 따로따로 떼어
뒤틀린 써까래에 매어두고 나도 이 빠진
한뎃잠이나 더 자야겠다
이병초
(1963~) 전주생
1998년<시안> 신인상
세무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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