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석
4월의 끝
어디론가 가고 있을 때 만이 구원(救援)이었다. 어깨의
먼지를 털어 내면 먼지보다 더 가벼워지는
몸 그만 가, 안개가 쟁쟁 울렸다. 촉촉한
우울, 마른 밥과 딱딱한 나무들의 속이 풀어 헤쳐
졌다.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의 죽은 자리에 서둘러
방을 들였다. 환한 불을 밝혔다. 물병 속의
아이들이 걸어나간 물병자리, 출렁이는 처녀는
다리를 조금 더 벌렸고 세월은 창밖에 사내들을
오래 세워 두었다. 제가 찾아와서 어쩌죠?
간혹 바람이 몰고 가는 새싹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이는 오래된 생채기를 떼어내면서도 잘 참았다.
물컹, 무엇인가 발에 밟혔다.
사람의 얼굴이었다.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동네 1
어둠 속에 들어 앉아 지붕을 쓰고 있으면
내 봄을 보여주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네 소설 속의 소설 액자속의 액자
사람 속의 사람
한 女子가 나와 몸을 비꼬네
여전히 性器는 잘려 나가고
(참 불필요하게도) 허벅지에서 가슴까지
안개가 뿌려지네시야는 완전 zero
한 청년이 벚꽃 아래에서
빙긋이 웃네
겨울 속의 봄 詩 속의 散文
나 속의 나 사이
쥐들이 지나가고
날마다 영화를 보러가는 내 얼굴을
이웃들은 대부분 보고야 말았다네
이 동네를 위해 내가 할 일이란
안개에 둘러 싸인 화면들을 서 둘러
없애는 일뿐, 그제야 막이 내리고
말면 나는 언제나 보지 않아도
될 것을 , 그랬다네 언제나 후회 못할 삶은
극장 벽면 귀퉁이에
서둘러 그려진 저 性器 속의 性器!
* * *
5월의 끝, 6월이 시작 되었는데도
여전히 4월을 벗어나지 못하는
4.19, 4.16...
" 너는 나다" 구의역 채운 2030의 분노
이제 막 사회인으로 들어 설 젊음들의 어이 없는 희생
어떤 사안이든 기업의 편들기가 당연시 된 괴물 정부는 늘 그 모양이다.
직접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인원이 부족하고 일손이 딸리고
제대로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종종거린다.
그러나 정권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패거리안에 들어 있으면, 어떻든 편하게 일하면서 오히려 보수나
근무여건에서 특혜를 받는...
어줍잖은 민주주의 국가, 지들만의 자유 민주주의는 언제 다수 국민을 위한,
열심히 일하는 자가 그에 비례해서 혜택을 누릴수 있는 제대로 돌아가는 민주국가가 될 것인지...
* * *
중앙에 비해 변방은 또 하나의 차별에 시달 릴 때가 많다
성윤석(1966. 경남 창녕) 시인은 대학 4학년 때 한국 문학에 등단(1990)한 이후
<경남매일> 문화부 기자, 마산시보 창간 기자로 시청에서 일했다.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동네. 문학과 지성사. 1996> 첫 시집 이후, 상경하여 서울 시립묘지 관리인을 하던 시절
<공중묘지. 민음사.2007>를 냈고 이후 낙향, 어시장에서 생선 배달하는 일을 하면서 세번째 시집
<멍게. 문학과 지성사>을 냈다.
중앙극장, 강남극장, 연흥극장..그 많던 극장들은
세월의 변화 따라 가구점이나 원룸, 투룸이 들어서기도 했고...
시인은 인간사 애환이 직접 녹아 있는 숨가쁜 생활 현장에서
꼭 자신의 시 같은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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