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규리- 락스 한 방울, 혼자 노는 빛

생게사부르 2016. 5. 29. 13:57

이규리


락스 한 방울

 

꽃꽂이 하는 사람이 말해 주었다
꽃을 더 오래 보려면
꽃병에 락스 한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고
아무리 해도 그거 너무 폭력적이지 않나 싶으면서
그 말 왜 솔깃 해 지는지 머뭇거리다가

한 방울 꽃병에 떨어뜨렸다

거짓말처럼 뒷자리가 말끔 해졌다

저러자면 누군가는 또 얼마나 참아야 했을

너무 똑 떨어지는 이치에는 어딘지 사기치는 냄새가 난다

후각을 마비시키며 이룬 거사들,

달콤하게 던져준 당근들,

한 방울 떨어뜨려 애써 제자리를 확보하는 동안
꽃병 속 꽃은 어땠을까 락스 한 방울

이 세계에서는 나를 더 연장하지 않기로 한다

 

 

혼자 노는 빛

 

 

휴일 햇빛은 너무 길거나 너무 많았다

모두 어딜 간다고 하고

 

나는 햇빛을 치울데가 없어

 

싹뚝 자르다가 길게 늘여보다가

 

돌아서 보면 여전히 그 자리

 

적막이라는 강을 본적이 있니

한 가운데서 무서운 물살을 만난 적 있니

 

나아 갈 수도 돌아 갈수도 없는 자리

 

눈이 멀고 눈이 죽고

나는 나를 치울 곳이 없는데

 

볕에 목덜미 하얗게 태우다 보면

 

이 일들이 모두 남의 것만 같다

 

언제 가까이 불러 본적 있었는지

 

여기로부터 먼 곳을 먼저 생각한다면

조금 잘 죽게 될까

 

차라리 햇빛이 나를 치워 줄수 있을 때

 

내가 발 없는 휴일이 되어

돌아서 가는 적의가 되어

 

 

<현대 시학> 2015. 12

 

*         *          *

 

의식적인

혹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무형, 유형의 폭력이 얼마나 많은지...

인간의 이기심은 그 끝을 알수 없을 때가 많다.

인간, 심지어 가까운 가족에게 그것도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가해지는 폭력도 많은데 하물며

식물 혹은 동물에 가하는 폭력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다.

생명을 오롯이 제 있는 그대로 존중 해 주는 세상

언제 ??? 올수 있기는 한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