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원 반쯤 타다남은 자화상,거울에서 얼굴이 탄다

생게사부르 2016. 4. 30. 01:04

이원 

 

 

반쯤 타다 남은 자화상

 

 

나는 꽃. 떨어져 나가지 않는 목.
툭툭 빠져나온 등. 얼룩말.
머리를 집어넣고. 숨구멍을 뚫는 중.

밤이 사라졌을 때. 죽은 사람이 보였다.
새들이 턱을 쪼아댔다.
눈은 거기가 아니었는데.

껍질만 남았어요. 자루 같을 줄 알았는데.
주름이 너무 많아요. 울고 있었나요.
코펜하겐의 찻잔. 우아한 한 손으로 들겠어요.
두 손도 같은 일을 할 때는 많지 않아요.
다리는 잘려나간 지 꽤 되었어요.
빗금이라 마음에 들어요.
설 수 없대요.

눈알을 건졌어요. 귀는 그냥 떠 내려 갔어요.

귀를 막아 줬어야 했는데.

먼 곳으로 갔어요.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어요.

부스러기는 손가락으로 찍어먹어요.

 

절벽의 표면. 절벽과 절벽사이.

노랑.파랑.

코와 성기 사이.

길들은 너무 많이 꺼내져 있다. 소란스럽다.

내장을 안에 넣으라는 것.

 

귀는 멀리 가고 있어요.

보이지 않아 알 수 있어요.

음계 솔. 파도를 계속 놓치는 중.

 

커브 직전. 참을 수 없는 대낮이 전부.

땅콩의 속껍질을 벗기는 중.

 

밤과 낮도 이제는 그만 상식을 벗어날 때.

 

 

 

 

거울에서 얼굴이 탄다

 

 

얼굴이 꽃 봉오리로 터지며 탄다 터지는 꽃 봉오리에
서 살 냄새가 난다 눈이 기억을 붙잡고 탄다 글썽
이며 탄다 귀가 거울을 떠 다닌다 거울은 소리를 지
르지만 거울 안에 소리가 생겨나지 않는다 썩을 사
이도 없이 거울을 파내고 그 곳에 묻힌 얼굴이 탄다
얼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얼굴의 그림자는 얼굴과
하나도 닮지 않았다 뼈에 붙은 제 살을 뜯어 먹는
그림자의 입은 헤져 있다 거울이 아기를 잃어버린
어미처럼 흐느낀다 사라지는 냄새를 붙잡고 얼굴이 탄다

 

 

 

     

 

     사진 출처: 모든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