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원 3- 일요일의 고독(1), (2)

생게사부르 2016. 5. 1. 08:21

이원 3

 

일요일의 고독 (1)

 

 

햇빛이 어린 나무 그림자를 아스팔트 바닥에 꼼

짝 못하게 하고 있다

 

아이가 제 그림자 속에 공을 튕기며 걸어갔다

 

비둘기 두 마리가 나란히 땅에서 하늘로 수평을 끌

어 올리며 솟구쳤다

 

타워 크레인의 기다란 줄 끝으로 나무 한 그루가 끌

어 올려졌다 비닐안에 뭉쳐진 흙더미가 뿌리를 감추

고 있었

 

 

 

일요일의 고독 (2)

 

 

 

속옷만 입고 여자는 침대 한 가운데서 두 무릎을

세우고 앉아있다

여자의 몸에 얼굴에 햇빛이 죽죽 그어진다

 

여자의 얼굴은 휴일의 상가처럼 텅 비어있다

열린 창의 끝에서 흰 커튼이 양 갈래 머리처럼 흔

들린다

 

여자의 등 뒤에는 벽 여자의 얼굴 앞에는 창

초록색 뿔테 안경을 쓴 남자아이가 노인의 걸음걸이

로 창밖을 지나간다

여자의 등이 점점 더 둥그렇게 휘며 벽에 가까워진다



 

 

 

사진 출처 : 모든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