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의 기록/이웃지역 진해

진해 군항제의 추억

생게사부르 2016. 4. 6. 08:54

진해 군항제 추억

 

 

진해를 얘기하려면 영역을 '여행'에 넣어야 할까? '일상'에 넣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마창진이 통합을 해서 같은 행정구역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까지 8년 동안 아버지께서 경화 초등, 제황초등학교에서

근무하셨고 그동안, 경화동 1,2,3가에 골고루 다 살아 보았고 여좌동에서도 살았습니다.

내 유년과 사춘기 일부를 보낸 도시이고, 그 이후에도 뻔질나게 드나들 수밖에 없었던 진해였기에 그렇습니다

 

그 시절, ' 군사도시라 사람이 살기에 험하고 분위기가 안 좋은 도시라든가

심지어 그 분위기 따라 여고생들이 싸움을 해도 몸으로 치고받고 싸운다는 등' 확인할 수 없는 말들을

들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진해는 인구가 적당한 크기로 도로정비가 계획적으로 잘된 단아했던 곳이었니다

 

요즘처럼 승용차를 타고서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이전 시외버스나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

장복산 터널을 넘어서면 앞으로 확 펼쳐지는 바다, 이제 '진해에 다 왔구나!'

그런 느낌의 도시 통영이 그래서 또 좋았습니다. 원문고개를 넘어서면 '이제 통영이구나!' 하면서...

 

우선 여좌천 주변, 벚꽃 축제 작년과 올해 모습 섞여 있습니다.


 

 

    꽃이 피기 전, 비가 와도 찾는 사람이 많아요.

 

 

 

일제 시대 군항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진해에서 해마다 군항제가 열립니다.

1960년대 후반 초등학교 시절, 나무로 만든 사각틀에 창호지를 붙여
촛불 꽂은 등을 들고 축제에 참가했습니다.

경화동에서 도로를 따라 걸어서 중앙 로터리를 돌고 제황산 공원을 돌아 올라갔지요.
한창 별난 초등 남학생들의 등이 곱게 남아 있을 리가 없습니다.
불을 켠 채로 휘휘 돌리다 보면 창호지가 다 타버리기도 하고 나무틀이 망가지기도 했습니다.

여중 때에는 개막식이 열리는 운동장에서 카드섹션, 마스게임 준비를 했습니다
연습을 시키는 선생님이나 멀리서 보는 진행요원들은 전체 큰 틀이 다 보였겠지요.
태극무늬이거나 행사를 상징하는 의도한 글씨가 나와야 했을 겁니다.
그러나 목청을 돋우는 열성적인 진행요원들에 아랑곳없이 옆 친구와 수다에 빠져서
반대색이나 엉터리로 색을 드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

진해에서 여고를 다녔더라면 스타킹으로 땋아 만든 긴 갈래 머리에 한복을 입고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북원로터리를 돌며 강강술래 춤을 추었을 겁니다.
다행인지 아쉬운 건지 마산으로 진학을 하는 바람에 여고생으로 군항제 참가하지는 않았네요.

 

 

 

      올해 우산

 

 

          작년 우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요.
진해 군항제는 그 역사가 무척 오래되었습니다

장복산을 넘어서부터 흐드러지게 피던 벚꽃 , 

물론 전체 진해시가 다 축체 공간이지만 해군사관학교 부근, 중원 로터리가 중심지였고, 

우리 어릴 적에는 야시장과 더불어 서커스가 구경거리이기도 했습니다만

 

요즘은 내수면 자연생태공원에서부터 여좌천으로 죽 내려가는 곳으로 그 중심지가 이동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즈음 관광지로 주목받는 장소 중에는 'TV 드라마'나' 영화' 촬영 장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 지역에 살지 않는 한 낯선 곳일 수밖에 없는 장소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시청자 자신이 아는 장소처럼

친근하게 느끼고, 직접 가 보고 싶은 곳으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합천 세트장, '맨발의 기봉이'남해 다랑이 마을, '모래시계'의 정동진 등에서

시작되어 나주 영상 테마파크까지 전국 곳곳에 그러한 관광명소가 생겼지요.
마찬가지로 진해여중과 여고가 위치 해 있는 여좌천 부근이 '로망스'라는 드라마의 무대였다고 하더군요.

그에 반해 진해 우체국, 흑백 다방은 진해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에게만 알려져 있다가 요즘은

외지에까지 알려진 근대도시였던 진해의 내력을 간직한 건물들입니다.

 

진해군항제나 진주 유등축제는 거리상으로 저녁 먹고, 가벼운 맘으로 갔다 와도 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축제기간 전국적인 인파가 몰리면서 복잡한 교통 때문에

결코 가볍게 갔다 올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지요.

 

 오륙 년은 해마다 다녀서 작년에는 축제기간 전에 어떻게 준비가 되고 있는지 잠시 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사진들도 쌓이고 쌓여 정리하면서 작년과 올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는 정도가 되어버렸네요.

  

지자체들이 하는 축제 구석구석 인파가 몰리면서 복잡한 교통난을 해결하는

방법이 임시주차장을 마련하는 것인데 그래도 시내에 차가 많아지게 되니, 

해는 개별 승용차 진입을 차단하면서 셔틀버스로 시내 들어가게 하는 방법이 활용되나 봅니다.

 

혹 가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이 첫 번째로 찾아야 할 정보가 교통편이 되었습니다.

 

 

 

             작년, 진주 유등축제에서처럼 등을 장식하고 하트표를 장식하더니 올해는

             장미 조명과 프러포즈 모습으로 변신했네요

 

 

 

 

                  친환경 도시 누비자 자전거는 해마다 있었던 듯합니다.

 

 

                함께 즐거워야 할 축제에 사람이 즐겁자고 동물을 학대해서 맘이 찡하더니 올해는 없어졌나 봅니다.

 

 

 

축제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해마다 고민이 많겠지만 좁은 나라라 여기저기 베껴와서 어디 가나 비슷한 형태의

이벤트를 많이 보게 되어 그 지역만의 정체성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왕 해야 할 고민이면 지역주민 다수가 운영주체가 되어 지역민의 자부심과 이익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하면 행정이 손이 미치지 않는 곳 까지 구석구석 세심하게 돌보겠지요.

 

자기 지역의 특색과 필요는 주민들이 제일 잘 알 것이고, 그 지역만의 특화되고 정체성 있는 축제를 운영하다 보면

관광객들의 머릿속에 깊은 인상으로 자리 잡게 되고, 해마다 찾아가고 싶은 축제가 되면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