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강은교-동백, 우리가 물이되어

생게사부르 2016. 3. 29. 17:57

 

강은교

 

동백, 우리가 물이되어

 

 

 

 

 

동백 / 강은교

내가 네게로 가서
문 두드리면
내 몸에 숨은
봉오리 전부로
흐느끼면,
또는 어느날
꿈 끝에
네가 내게로 와서
마른 이 살을
비추고
활활 피어나면 우리,
끝나기 전에
아, 모두
잠이기 전에

 

 

우리가 물이되

 

 

 

우리가 물이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녁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處女(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萬里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人跡(인적) 그친

넓은 깨끗한 하늘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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