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
동백, 우리가 물이되어
동백 / 강은교
내가 네게로 가서
문 두드리면
내 몸에 숨은
봉오리 전부로
흐느끼면,
또는 어느날
꿈 끝에
네가 내게로 와서
마른 이 살을
비추고
활활 피어나면 우리,
끝나기 전에
아, 모두
잠이기 전에
우리가 물이되어
우리가 물이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녁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處女(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萬里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人跡(인적) 그친
넓은 깨끗한 하늘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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