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조지훈-낙화(落花), 유곡(幽谷)

생게사부르 2016. 3. 28. 17:40

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유곡(幽谷)

 

 

 

꾀꼬리 새 목청 트이자

골에쏟아지는

진달래 꽃사래

 

복사꽃 빗발이

자욱히 스쳐가고,

 

이끼 낀 바위 우에

점점히 꽃잎은

내려 앉았다.

 

흰구름 피어 오르는

무르녹는 봄

고요한 산골로

 

파릇한 마파람

귓결에 감고

 

나도 모를

나의 마음이

 

차가운 물소리

밟으며 간다

 

   

    1920. 12.3 ~1968.5.17

    경상북도 영양

    

 

 

 

 

     *    *    *

 

하늘의 별처럼 시인도 많고, 가수도 많고...

그 중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시가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이 있기 마련이지만

시들이 현란하고 수식이 많고 상징이 많을수록

단아한 고전 시가 끌린다.

 

현대 초창기 시들이 서정의 전형처럼 모범으로 여겨지는 건 어쩔수 없나보다.

 

서정주 시인이 굽이굽이 돌며 흐르는 강 같은 이미지라면

꿋꿋한 산 처럼  '굳은 지조'의 상징 같은 분

시인의 품성이 시처럼 담백하고 단아하셨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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