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유곡(幽谷)
꾀꼬리 새 목청 트이자
뒷골에쏟아지는
진달래 꽃사래
복사꽃 빗발이
자욱히 스쳐가고,
이끼 낀 바위 우에
점점히 꽃잎은
내려 앉았다.
흰구름 피어 오르는
무르녹는 봄
고요한 산골로
파릇한 마파람
귓결에 감고
나도 모를
나의 마음이
차가운 물소리
밟으며 간다
1920. 12.3 ~1968.5.17
경상북도 영양
* * *
하늘의 별처럼 시인도 많고, 가수도 많고...
그 중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시가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이 있기 마련이지만
시들이 현란하고 수식이 많고 상징이 많을수록
단아한 고전 시가 끌린다.
현대 초창기 시들이 서정의 전형처럼 모범으로 여겨지는 건 어쩔수 없나보다.
서정주 시인이 굽이굽이 돌며 흐르는 강 같은 이미지라면
꿋꿋한 산 처럼 '굳은 지조'의 상징 같은 분
시인의 품성이 시처럼 담백하고 단아하셨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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