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수영1. 폭포,거미,푸른 하늘을

생게사부르 2015. 11. 29. 15:53

김수영 1.

 

폭포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없이 보이지 않는 밤이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태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거미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 바람에 늙어 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하여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    *    *

 

 

자기의 죄에 대해 몸부림을 쳐야한다.
몸부림을 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민감하고 세차게 진지하게
몸부림 쳐야 하는 것이 지식인이다...< 퓨리턴의 초상>

지식인이란 남의 말에 참견하는 사람이다.
정의와 자유, 선과 진실, 인류보편적 가치가 유린당하면
남의 일이라도 자신의 일로 간주하고
간섭하고 투쟁하는 사람이다. <장 폴 샤르트르> 


 


 

사진: 제주 정방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