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2.
밤이가면
살아서 무덤을 도는 마음이 있다
사랑하면 어두워지는 마음이 있다
몽탕(땅) 다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이 있다
모든 거 다 풀어 놓고
이젠, 나에게도 고요함이 있어야 하겠다
밤이 가면 아침이 온다
노을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게 아닌가
황혼
바다로 가는 언덕위에 앉아
황혼이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황혼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환멸할 내 모든 그것을 나도 갖고
나 호올로 가기 싫어
저렇게도 찬란한
황혼을 마주보고 있습니다.
바다로 가는 언덕 위에 앉아
오늘도
황혼이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 * *
학교 학생회 행사관계로 조병화 시인과 연락할 일이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할 무렵이 10.26 이후 12.12사태, 5.18 등의 사건이 있을 때라
그 행사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5.18로 대학교 휴교령이 내리면서 대학 졸업 여행도 취소가 되었지요.
이 무렵 조병화 시인은 시와 함께 그림을 그리신 것 같고, 1987년에 칼라시화집 '길'(동문선)을 출간하셨네요.
이 당시는 칼라 시화(詩畵)출판이 유행이었던지 다른 시인들도 이런 유형의 시집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1921년 5월 2일 (경기 안성시) ~ 2003년 3월 8일 (향년 81세)
돌아가신지 이미 10년이 넘었습니다.
"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작별이 올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공존의 이유"
선생님은 돌아가셨지만 시가 남았고, 인연의 작은 흔적...
제게도 선생님 자필 엽서 세장 남았습니다.
" 어머님 심부름 나왔다가, 심부름 마치고 이제 돌아간다"던 묘비명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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