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조병화-밤이가면, 노을, 황혼

생게사부르 2016. 3. 18. 11:23

조병화 2.


밤이가면

살아서 무덤을 도는 마음이 있다
사랑하면 어두워지는 마음이 있다
몽탕(땅) 다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이 있다
모든 거 다 풀어 놓고
이젠, 나에게도 고요함이 있어야 하겠다
밤이 가면 아침이 온다

 

노을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게 아닌가

 

황혼

 


바다로 가는 언덕위에 앉아
황혼이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황혼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환멸할 내 모든 그것을 나도 갖고

나 호올로 가기 싫어
저렇게도 찬란한
황혼을 마주보고 있습니다.

바다로 가는 언덕 위에 앉아
오늘도
황혼이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      *      *

 

    

     학교 학생회 행사관계로 조병화 시인과 연락할 일이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할 무렵이 10.26 이후 12.12사태, 5.18 등의 사건이 있을 때라

     그 행사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5.18로 대학교 휴교령이 내리면서 대학 졸업 여행도 취소가 되었지요.

 

     이 무렵 조병화 시인은 시와 함께 그림을 그리신 것 같고, 1987년에 칼라시화집 '길'(동문선)을 출간하셨네요.

     이 당시는 칼라 시화(詩畵)출판이 유행이었던지 다른 시인들도 이런 유형의 시집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1921년 5월 2일 (경기 안성시) ~ 2003년 3월 8일 (향년 81세)

     돌아가신지 이미 10년이 넘었습니다.

 

     "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작별이 올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공존의 이유" 

 

     선생님은 돌아가셨지만 시가 남았고, 인연의 작은 흔적...

     제게도 선생님 자필 엽서 세장 남았습니다.

 

     " 어머님 심부름 나왔다가, 심부름 마치고 이제 돌아간다"던 묘비명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