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장만호
개심사 배롱나무
뒤틀린 가지들
구절 양장의 길을 허공에 내고 있다
하나의 행선지에 도달할 때까지
변심과
작심 사이에서
마음은 얼마나 무른가
무른 마음이 파고 들기에 허공은 또 얼마나 단단한가
새가 앉았다
날아간 방향
나무를 문지르고 간 바람이,
붐비는 허공이
배롱나무의 행로를 고쳐놓을 때
마음은 무르고 물러서
그때마다 꽃은 핀다 문득문득
핀 꽃이 백일을 간다
사진: 남계서원 꽃 피지 않은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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