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백일홍/ 장만호

생게사부르 2020. 9. 20. 21:56

백일홍/ 장만호

 

 

개심사 배롱나무

뒤틀린 가지들

구절 양장의 길을 허공에 내고 있다

 

하나의 행선지에 도달할 때까지

변심과

작심 사이에서

마음은 얼마나 무른가

무른 마음이 파고 들기에 허공은 또 얼마나 단단한가

 

새가 앉았다

날아간 방향

나무를 문지르고 간 바람이,

붐비는 허공이

배롱나무의 행로를 고쳐놓을 때

마음은 무르고 물러서

 

그때마다 꽃은 핀다 문득문득

핀 꽃이 백일을 간다

 

 

 

사진: 남계서원 꽃 피지 않은 배롱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