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서랍/ 신태희

생게사부르 2020. 9. 14. 23:58

서랍/ 신태희

 

 

입술 사이로 빗금이 흘러나와요

축축하지만 단호하지요

아침이랑 저녁은 이렇게 다른거예요

빛나던 것들이 어떻게 빛을 잃어가는지

하루만 살아봐도 알지요

간단하지요

이쪽과 저쪽, 그 사이

저녁 산둘기기처럼

꾸욱 꾹 가슴속으로 밀어넣어요

잿빛 눈동자를 구겨넣어요

살아내는 계절마다 서랍이 생겨나요

서랍은 서랍의 냄새로

서러워질 거예요

나프탈렌

동그랗고 하얀 눈물 냄새가 나요

그 사이로 내가 사라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