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꽃이라는 기호의 모습/강재남

생게사부르 2020. 9. 12. 08:22

 

꽃이라는 기호의 모습/강재남

 

 

 

우는 법을 잘못 배웠구나

 

바람은 딴 곳에 마음을 두어 근심이고 환절기는 한꺼번에 와서 낯설었다 오후를 지

나는 구름이 낡은 꽃등에 앉는다 매일 같은 말을 하는 그는 옹색한 시간을 허비하기

위해서다

 

눈시울 붉히는 꽃은 비극을 좀 아는 눈치다 비통한 주름이 미간에 잡힌다 구름의 걸

음을 가늠하는 것만큼 알 수 없는 꽃의 속내,

 

연한 심장을 가진 꽃은 병들기 좋은 체질을 가졌다 그러므로 생의 어느 간절함에서

얼굴하나 버리면 다음 생에도 붉을 것이다

 

얼굴이 수시로 바뀌는 계절에는 풍경이 먼저 쏟아졌다

헐거운 얼굴이 간단 없이 헐린다

 

낭만을 허비한 구름은 말귀가 어둡다 색을 다한 그가 급하게 손을 내민다 구름이

무덤으로 눕기 전에 꽃은 더 간절해져야 함으로

 

울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친절한 인사를 한다 피우다 만 꽃이 더러 마르고, 목을 늘인 꽃대가 꽃색을 잃었다 바

람과 내통하는 꽃의 비밀을 읽는다

 

웃을 때 생기는 습관이야, 눈시울 붉히는 꽃이 말했다 그는 눈믈에 능하다 달콤한 거

짓이 참말을 밀치고 저만치 피어있다 눈가가 함부로 붉었다

 

바람이 간지러워 꽃잎을 뜯었을 뿐이야

 

웃음이 무성한 꽃밭은 변명의 목소리가 일정하다 지나가던 구름이 바람쪽으로 고개

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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