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오늘 태어나는 말들에게/ 유혜빈

생게사부르 2020. 9. 7. 12:52

오늘 태어나는 말들에게/ 유혜빈

 

 

오늘 우리는

누군가의 낮에 그늘을 만들 수도 있고

누군가의 밤에서 어둠을 몰아낼 수도 있다

 

말이 생각에서 태어났다고 할까요 공기에서 태어났다고 해야할까요

진짜 같은 말과 가짜 같은 말들.

아마도, 조금은, 언젠가와 같은 단어는 마음이 숨도록 내버려두기 좋습니다.

진짜 같은 마음에 취하도록 빚

으시고 사랑을 증거하지 못하도록 만드신 날들

 

어쨋거나 말은 지금은 여기에서 태어났다 말은 이곳을 맴돌다가 누구의

귓가에 뿌리를 내리고, 마음이 흐를

때 말은 곧이 곧대로 흐르기로 결심한다

 

꿈에서만 만날수 있는 얼굴들. 당신이 기억에서 왔다면 이 꿈이 끝난 뒤

에는 어디로 갑니까. 누구에게 건넨

말들은 누구의 귓가에 뿌리 내립니까. 영영 모르는 이의 귓가로 흘러가는

가요 평생을 솜털처럼 날아가는가

요 내 뜻과는 상관 없네요

 

사선으로 놓인 빛을 따라 말들이 지나간다 시간보다 이른 속도로 도착

하고 있다

 

그애는 혼자서도 먼곳으로 흐르며 일렁이고 있다

영원히 오해받을 수 있는 시간들 오해받아야하는 시간들

언제고 뒤늦은 시간들 속에서

 

 

         - 2020 . 창비신인 시인상 당선작품

 

 

*     *     *

 

앞에 올렸는데 조민 시 두번 올라가서 지운다는게 실수로 이 시가 삭제 됐어요.

눈에 보이는 거랑  머릿속에 도달하는 거 다르고 손이 다르게 움직여 엇박지고...

그래도 삭제된 시가 무엇이었는지 올린 사진도 생각이 나는 것 보면

다행이기도 하고...

 

문학카페서 위 같은 풍의 시에 대해... ' 젊은이들 주절거림 '

하여튼 그 비슷한 표현을 본 것 같습니다

 

시와 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도 50-60대분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듯 해요

왜냐면 많이 접해왔던 시들이 구체적 표상과 은유...

사람이든 사물이든 구체적 대상이 없고 하다못해 한 두줄의

서사나 상황도 없어서...

 

유홍준 샘 시교실 공부하러 다닐 때,

이전 전통사회에서 살았던 시골 사람의 정서와 정경

우리 세대 (시교실에서 젊은 분은 40대 중후반 이었습니다) 아니면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

얘기 나눈적 있습니다

 

조부나 부모 세대는 시골서 올라 갔을지 모르지만

수도권에 인구 과반수 이상이 살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80% 이상일텐데

 

도시에서만 살았을 20-30대 이제 내 자식보다 더 젊고 어린 시인들이니

학교에서 공부하고 교과 보습학원 다니고...

 

사내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하고 TV보고 태권도, 피아노 학원 , 미술학원 다니고

혹 인간에 대해 실존에 대해 생각이 미친 친구들은 독서와 음악 미술 같은 예술을

이론으로 먼저 접하고 혹 관심이 있는 부모님들과 함께 실제 미술관이나 공연장에 가서

접하기도 했을 텐데...  클래식은 아무래도 소수일테고 현대적인 k - pop 이 대중적이었을 테죠

 

책이나 영화관람 음악에서 버무려져 나오는 경험

도시생활에서의 생존과 인간관계 경험...그리고 시  특성상 자신의 내면에의 침잠

위 시는  ' 말 (언어)' 를 대상으로 한 시입니다만...

 

 

박준(1983년 생) 시인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2018. 12. 문학과 지성사)

 

이원하( 1989년 생) 시인

'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2020. 4 문학동네 시인선)

 

사이에 세대차이 느낄텐데  우리 같은 나이대는 말해 무엇할까요

 

게다가 위 시인은 1997년 생으로 막 대학을 졸업한 이십대 중반 들어가려는 나이네요

 

이런 시도 읽어진다는 것, 아직 한참 시를 읽어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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