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캔디라이트 정문정

생게사부르 2020. 4. 27. 12:54



캔디라이트/ 정문정



손바닥만한 사막을 들였다
사막이 점점 평수를 늘리고 있다
물을 많이 주지 마세요
나는 착한 사람이 되기로 하고
그날부터 물을 주지 않았다

서서히 줄기가 말라졌다
해피트리 나뭇잎이 시들고
스킨답서스가 초록빛을 잃어갔다
물카라는 꽃을 피우지 않았고
제 잎을 안으로 돌돌 말았다

죽순처럼 자라던 아이도 야위어갔다
남편의 귀가가 늦어졌다
식탁위 반찬도 물기를 잃어갔다
 

누군가 집안에 수족관을 들이라고 했다
가로로 누운 냉장고 크기의 대형 수족관이 들어왔다

맨발로 오아시스로 들어갔다
수족관 문을 열고 오아시스를 방에들였다
물고기 꼬리를 달고
인어처럼
집안을 돌아다녔다






사진:  정문정(정미영) 박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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