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남긴 적막이나 받아쓰고/ 사윤수
저편 폭죽 터지는 소리에
다리 밑 난간에서 잠자던 새들이
화들짝 날아 오른다
다급히 고요에서 빠져나오는 새들
이리저리 날개짓이 뒤엉킨다
구겨진 종이 뭉치가
허공에서 찢어지는 거 같다
몸이 이불이며 집일 테니
이고 지고 할 것도 없는,
그저 떠나면 그뿐인 삶의 편린(片鱗)들
새들은 뒤끝 없이
금세 어둠 속으로 떠나간다
나는 새들이 남긴 적막이나 받아쓰고
경북 청도
2011 현대시학 등단
시집: '파온' ' 그리고, 라는 저녁무렵' 2019. 10.31 시인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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