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외도/ 박완호

생게사부르 2019. 11. 10. 10:38

 

 

 

외도/ 박완호


그리움의 거처는 언제나 바깥이다
너에게 쓴 편지는
섬 둘레를 돌다 지워지는 파도처럼
그리로 가 닿지 못한다

저마다 한 줌씩의 글자를 물고
날아드는 갈매기들,
문장들을 내려 놓지 못하고 바깥을
떠돌다 지워지는 저녁, 문득
나도 누군가의 섬일 성 싶다

뫼비우스의 길을 간다 네게 가 닿기
위해 나섰지만
끝끝내 다다른 곳은 너 아닌, 나의
바깥이었다

네가 나의 바깥이듯 나도 누군가의
바깥이었으므로,
마음의 뿌리는 늘 젖은 채로 내 속에
뻗어있다

그리운이여, 너는 항상 내 안에 있다

 

 

 

 

충북진천

1991 동서문학 등

2014 시와 시학상 펠로우 시인상

시집: <아내의 문신> 2008. 문학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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