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자다 일어나 장롱을 열었다/ 박소란

생게사부르 2019. 9. 22. 12:33

 

자다 일어나 장롱을 열었다/ 박소란


 

 

자다 일어나 장롱을 열어봤다
누가 있을 것 같아서

거기서 뭐해요? 물으면
기다려요
기다리고 있어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로 돌아와 눕자
이불이 길게 한숨을 뱉었다 천장이 기울어지며 잇달아
밭은 기침을 쏟았다
어떤 신호가 아닐까

악몽이 어른대는 창
벌어진 커튼 사이로 해쓱한 어둠이 다가와 보란 듯 주저
앉았다
그 곁에 우두커니 서서 손을 내민 한 사람

누구인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커튼을 열었다 젖혔다, 놀라 황급히
커튼을 닫았다
어서 빨리 잠들어야 했다

엎드려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돌아보지 않는다

거기서 뭐해요?

돌아보지 않는다

 

 

 

*        *        *

 

 

 

* 언어 운용 방식

  관계 없는 말을 배치하는 발화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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