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일어나 장롱을 열었다/ 박소란
자다 일어나 장롱을 열어봤다
누가 있을 것 같아서
거기서 뭐해요? 물으면
기다려요
기다리고 있어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로 돌아와 눕자
이불이 길게 한숨을 뱉었다 천장이 기울어지며 잇달아
밭은 기침을 쏟았다
어떤 신호가 아닐까
악몽이 어른대는 창
벌어진 커튼 사이로 해쓱한 어둠이 다가와 보란 듯 주저
앉았다
그 곁에 우두커니 서서 손을 내민 한 사람
누구인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커튼을 열었다 젖혔다, 놀라 황급히
커튼을 닫았다
어서 빨리 잠들어야 했다
엎드려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돌아보지 않는다
거기서 뭐해요?
돌아보지 않는다
* * *
* 언어 운용 방식
관계 없는 말을 배치하는 발화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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