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아무도 없는 현관에 불이 켜지는 이유/ 고영민

생게사부르 2019. 9. 17. 12:57


 

아무도 없는 현관에 불이 켜지는 이유/ 고영민


 

스위치를 올리지도 않았는데
꽃들이 공중에
불을 환히 밝혀 놓았다

너무 밝나?
이렇게 밝아도 되나, 세상이

이 밝음이 왠지 나는 불안하고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꽃나무 아래
누군가는 묵은 그림자를 몸에 두르고 와

훌쩍훌쩍 울고 있으니

몰래 누가 왔다 가나
아무도 없는 현관에 불이 켜지는 이유처럼

저 나무 아래로
모습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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