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비는 구두를 신고 온다/ 석민재

생게사부르 2019. 9. 21. 09:46

 

 

비는 구두를 신고 온다/ 석민재


제 살을 깎아서
뿌려대는 비는 힘이 세다
아파서 우는 비는 힘이 세다
온 몸이 시퍼런 비는 더욱 힘이 세다
혓바닥이 새파란 비가 온다
구두를 좋아하는 비가 온다

저만치 골목 끝에서 시작된
구두소리는
방문 앞에서 멈추고 문을 열지 못하는
젖은 손
밤새 서 있기만 한다

비처럼 수직으로 서 있는 엄마!

비 새는 소리를 받아먹는 설움,
구멍 난 허기는 가시지 않고
복사뼈 하얀 일흔살의 비를 업고
잠이든다
꿈 속에서도 비는 그치지 않고
등짝이 시퍼런 아침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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