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구두를 신고 온다/ 석민재
제 살을 깎아서
뿌려대는 비는 힘이 세다
아파서 우는 비는 힘이 세다
온 몸이 시퍼런 비는 더욱 힘이 세다
혓바닥이 새파란 비가 온다
구두를 좋아하는 비가 온다
저만치 골목 끝에서 시작된
구두소리는
방문 앞에서 멈추고 문을 열지 못하는
젖은 손
밤새 서 있기만 한다
비처럼 수직으로 서 있는 엄마!
비 새는 소리를 받아먹는 설움,
구멍 난 허기는 가시지 않고
복사뼈 하얀 일흔살의 비를 업고
잠이든다
꿈 속에서도 비는 그치지 않고
등짝이 시퍼런 아침이 온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소란 심야식당 (0) | 2019.09.23 |
---|---|
자다 일어나 장롱을 열었다/ 박소란 (0) | 2019.09.22 |
구멍/ 유이우 (0) | 2019.09.19 |
아무도 없는 현관에 불이 켜지는 이유/ 고영민 (0) | 2019.09.17 |
시인 앞/ 고영민 (0) | 2019.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