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이듬 시-죽지않는 시인... 함박눈

생게사부르 2016. 2. 19. 22:26

 

김이듬 


죽지 않는 시인들의 사회


 

그들은 둘러 앉아 잡담을 했다.
담배를 피울때나 뒤통수를 긁을 때도 그들은 시적
이었고
박수를 칠 때도 박자를 맞췄다
수상작에 대한 논란은 애초부터 없었고
술자리에서 사고치지 않았으며
요절한 시인들을 따라가지 않는 이유들이 분명했다
더 이상 믿을수 없는 연애사건도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죽어버릴테다
이 문장을 애용하던 그는
외국으로 나다니더니
여행책자를 출간 해 한턱 쏘았다 난 안 취할 만큼
마셨다
중요한 건 그자리에 빠진 이들
그 시인들은 제 밥그릇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지
신촌의 작업실에서 애들이 기어다니는 방구석에서
날이 밝아 올 때까지 하찮아지고 있는지
뭔가 놀라운 한 줄이 흘러 나오고 손끝에서
줄기와 꽃봉오리가 환해지는지
중요한 건 그런게 없다는 것
아무도 안 죽고 난 애도의 시도 쓸 수 없고
수술을 받으며 우리들은 오래 살 것이다
연애는 없고 사랑만 있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조용히 그리고 매우 빠르게
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게 했다

 

 
 


사진출처: 모든그림...카페 카프카에서 그림읽기

 

 

 

함박눈

 

 

 

눈이와, 여긴 함박눈이야

네 목소리를 듣고

별안간 난

한번도 함박눈을  맞아보지 못 한 걸 알았어

평범한 기쁨을 떠나 있는 것 같아

엄청난 사태로부터

 

늙은 시인에게서 사랑 없는 일생을 살았다는 말을

들을 때처럼 싱거운 얘기지

 

눈을 감고 눈을 상상해

폭설이 난무하는 언덕에 서 있어

두 팔을 벌려야 해

입을 쫙 벌린 채 눈덩이를 받아 먹어

함박눈은 솜사탕 만 할거야

네게 한 번이라도 함박눈이 되었으면 좋겠어

눈발이 거세지고 조금씩 나는 파 묻혀가고 있어

난 하얀 구름이되어 솜사탕처럼 녹아가네
눈은 죽은 비라고 루쉰이 그랬나?

 

네 얼굴에 내가 내리면

코가 찡하겠니?

나를 연신 핥으며 달콤해 아 달콤해 속살일 거니?

나를 베개하고 나를 안겠지

우린 잠시 젖은 후 흘러거야

너무 싱거운거 같아 망설인다면

삽으로 떠서 길가로 던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