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봄-서정주, 봄비-이수복

생게사부르 2016. 2. 23. 23:07


봄 
                

             서정주

 

복사꽃 픠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 우에 혼령있는 하눌이어, 피가 잘도라....
아무病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 좀 슬픈일 좀, 있어야겠다.

 

봄비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서로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 오르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