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강재남 참꽃과 헛꽃에 대해 생각하는

생게사부르 2019. 7. 22. 09:16

 

참꽃과 헛꽃에 대해 생각하는/ 강재남



 

오후 두시에 내리는 비는 수직이다
머리를 곤두박질치듯 땅으로 들이미는 내밀한 직유다
직유는 자유라는 다른 이름의 시니피앙 부정문에 흡착

된 자유의 함몰
수직에 익숙한 우리가 언제 수평적인적 있었던가요, 묻고

싶은 날
쓰러지듯 창가에 기댔다 수평으로 물결치는 물 무늬
빗물이 기이한 수평으로 인식되던 날, 내가 마음대로

수평을 읽어버리던 날

 

 

산수국이 피었다 어제 산길에서 보았던 보랏빛 무더기

 

 

가난한 심장을 가진 헛꽃과 차가운 참꽃 이야기가 바위

틈에 숨어 있었지
시린 색깔을 그대로 안아버린 헛꽃과 무심한 참꽃이 빗

물을 받아내고 있었지

 

 

헛꽃을 닮은 당신과 이름만 참꽃인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가
당신의 수평과 나의 수직의 흔들리는 것을 생각하다가

당신의 감싸기와 나의 단절을 생각했었지 그러다가
다정함이 좀 더 애매한 방법으로 빗물에 깃든다는 걸

그러다가
우리는 얼마나 더 부드러워질 것인지 그러다가 사무치

게 떨리는 당신을 감지했었지

 

 

나는 한껏 몸을 가볍게 만들었어
창가로 뛰어 내리는 숭고한 당신을 훔치고 싶었어
빗물이 내밀하게 직유로 수평을 끌어다가 눈 앞에

놓아보는

 

 

자유로운 오후 두시에,

 

(꿀꽈배기 봉지를 뜯다가) 발표당시?

 

 

 

경남 통영출생

2010 '시문학' 등단 
시집: ' 이상하고 아름다운' 서정시학. 2017

수상: 제 6회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발표당시에는 맨 마지막 귀절에 (꿀꽈배기 봉지를 뜯다가) 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시집에서는 지워졌나?

 

하긴 시인은 자기가 쓴 시를 수십번 고치는 일이 일상입니다

시집으로 인쇄 할 때까지의 완성이지 ... 끝까지 완성이 아니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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