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맹목 김네잎

생게사부르 2019. 4. 15. 08:23

맹목/ 김네잎


너의 서식지는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가질수 있다

가방 속에 접어넣은 지도의 모서리가 닳아서 어떤 도시는 갑자기 사라지고 만다 오늘의 해가 다시 오늘의 해로 떠오른 적도 부근에 숙

소를 정한다 날개를 수선할 때에는 길고양이의 방문을 정중히 거절해야 한다 난 철새도 아니고 지금은 사냥철도 아니니까 너에게 이미

할퀸부분을 다시 또 할퀴는 일 따윈 없어야 하니까

기착지를 뒤적이다 마지막 편지를 쓴다 마지막이 마지막으로 남을 때까지 쓴다 나를 전혀 마지막이라 생각하지 않는 너에게

삼일전에 보낸 안부가 어제 도착한다 너는 나를 뜯지 않는다 흔한 통보도 없이 너는 멀어졌고 난 네가 떠난 지점으로부터 무작정 흘러

왔다 너의 안부는 고체처럼 딱딱하고 나의 안부는 젤리처럼 물컹하다 몸 밖으로 빠져 나오려고 하는 기미조차 미약하여 난 비행非行이

너무나 쉽다

싸구려 여관방에서 보이는 야경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오늘도 나의 다짐은 추락하지 않고, 가벼워질대로 가벼워진 나의 착란
은 뼈마저 버린다 너는 결코 이방異邦이 아니다 태초부터 회귀점이다


- 2016 영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     *

 

 

김종화, 김탄, 김네잎...

남자같으면 김탄 (월탄 박종화)도 괜찮을텐데 여성은 좀 쎄다는 느낌

김네잎...

 

정끝별 시인은 본명일까 예명일까? 본명이라면 시인이 될 것을 예상했을까? 라는 생각 잠깐

 

우리 시 교실... 이미 시집을 낸 분들, 대다수 필명을 본명으로 사용하시지만

간혹 예명을 쓰는 분들이 있네요.

더구나 저처럼 아직 시인으로는 전혀 등록을 하지 않았을 경우

부모님이 지어주신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예명을 지을 것인지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만

어영부영하다가 본명 그대로 사용 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아이들 이름 지을 때 그렇잖아요. 

태어나기 전에 마음에 드는 이름 미리 정해 놓은 야무진 부모들도 있지만

온갖 좋은 이름 다 궁리하며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다가 출생신고에 쫓겨서 짓고나면

미진한 맘이 남는 ...그래도 요즘은 이름을 바꾸기가 예정보다는 쉬워서 다행입니다만

 

지난번 시교실에서도 그런 얘기 한 거 생각납니다

손나래 시인 얘기가 나온 것 같아요.

 

저랑 똑 같은 이름 인터넷으로 검색되는 분, 가수가 한 분 있고 시인도 한 분 있더군요.

 

이름이 여하하든 김네잎 시인 시 여러편 봤는데 마음에 듭니다

쭉 건필하시길...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상호 이야기의 끝  (0) 2019.04.18
길상호 신작시 먹먹  (0) 2019.04.17
김이듬 시골 창녀와 진주 시 행사  (0) 2019.04.14
심재휘 기적, 겨울입술  (0) 2019.03.15
삼월의 나무 박준  (0) 2019.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