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조행자-아침식사, 밥, 말들

생게사부르 2016. 2. 5. 15:41

조행자 시 1.

 

 

아침식사

 

1.

밤새 죽어 있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살아나서

나뭇잎처럼 나부끼는 눈부신 아침

식탁 위에는

바람 한 접시, 꿈 한 접시, 사랑 한 접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식구들은 각자 제 의자에 앉아

한 조각씩의 사랑을 물어 뜯고 있었다

 

2.

오늘 아침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잿빛 하늘은 조금 보기 좋게 찢어졌고

왔다갔다 하는 누군가의 커다란 하이얀 발바닥이 보였다

식구들은 각자 제 방에서

고독의 열매 하나씩을 씹고 있었다

 

 

눈물에겐 눈물의 밥을 주라

슬픔에겐 슬픔의 밥을 주라

고독에겐 고독의 밥을 주라

허기진 배를 채울수 있는

밥이 주는 행복을

별아이에게도, 꽃에게도,새들에게도

별아이에게서의 지혜를,

꽃에게서의 싱그런 열매를,

오, 아름다운 노래의 새들에게도

밥이 주는 행복을

밥이 주는 평화를

밥이 주는 화목을

 

눈물은 이제 없을 것

슬픔은 이제 사라질 것

고독은 오래 발바닥 아래 숨어 버릴 것

너에게 있어 밥은

우리에게 있어 밥은

욕망을 채우는, 빈 그릇을 채우는

영혼의 밥, 희망의 밥, 詩 그리고 노래의 밥

 

 

말들

 

 

둥글고 따뜻하고 모나고 차갑던 말들이

아무렇게나 아무렇게나

떠돌아 다니다가

저희들끼리 부딪쳐 맹렬히 싸웠어요

서로가 서로의 껍질을 벗기고 피를 흘리고

희거나 검은 살들은

살들끼리 싸움질을 했어요

싸움을 하던 말씀 하나가

싸움을 거두고 깊게 잠긴 말의 문을 열었어요

그 속엔

손가락 같은 거, 발가락 같은 거

뒹굴어 다니고

오직

곧고 깨끗한 뼈 하나

빛나고 있었어요

부드럽고 아름다운

뼈 하나가 빛나고 있었어요.

 

문학세계 현대시선집.28. 1986< 영혼의 집, 별의 집>에서

 

 

                                                                        

 

 

덧붙이는 말

 

오래 된 기억 속의 한 분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분이셨는데

내가 챙기지 못하여 연락이 끊어졌으니...

다행스럽게 자필서명 담은 시집 한권 남아 있어

단아한 글씨 접하며 

은 시간을 함께하며

20대 젊은 날 삶의 한 부분에서

맺어졌던 인연에의 옛 기억 떠 올려 봅니다.

 

또 식탁을 예쁘게 차리는 친구가 있더라구요.

카톡은 멀리 있는 대학동기네 식탁도 보여줍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