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허수경 시인 별세

생게사부르 2018. 10. 4. 12:19

진주출신 허수경 시인 독일서 별세

 

 

 

진주서는 유등축제가 한창인데

' 혼자가는 먼집' 의 허수경시인(1964년생)이 54세로 3일 오후 위암 투병중 독일서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투병중이란 이야기는 이미 듣고 있었지만 안타깝네요.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동명이인 방송인 허수경(1967년생)씨가 워낙 매스컴을 많이 타서 이름만으로 혼동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시인 허수경씨는 대학 졸업 이후 방송스크립트로 일하다가 1987년 ' 실천문학'으로 등단,

 서울살이가 여건상 좀 힘겹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ㄱ도 같고...1992년 갑작스럽게 독일로 건너가

고국을 그리워하며 우리말을 붙잡고 사투하듯이(제가 보기에) 시작을 하시던데 

고국에서 어떤 가슴아픈 사랑의 사연이 있었는지...

 

이후 고대근동고고학을 전공하면서 독일인 지도교수랑 결혼을 하시고 박사까지

' 지독하게 외롭게' 공부는 마쳤는데 ...간혹 발굴 다니며 떠 돌고 계속 시를 붙잡고 있었던 듯 싶습니다.  

 

제가 시 공부 시작한 게 얼마 안돼서 이분 알게 된 것도 최근이지만...

시에서 묻어 나오는 외로움, 낯선 언어로 박사까지 공부하시느라 보낸 세월,

저 역시 외모 별로 신경 안쓰고 삽니다만 인물 프로필 사진에 하얗게 센 머리가 나이 이상으로

늙어보여 영혼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의 표상 같아서 ...마음이 좀 아렸습니다.

그래도 이 사진은 조금 나아보이지만...

 

 

 

 

 

 

 

내가 누군가를 '너'라고 부른다.

내 안에서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를 그리움이 손에 잡히는 순간이다.

불안하고,초조하고,황홀하고,외로운,

이 나비 같은 시간들.

그리움은 네가 나보다 내 안에 더 많아질 때 진정 아름다워진다

이 책은 그 아름다움을 닮으려 한 기록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지나더라도…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산문집 서문에서 

 

 


시인의 작품을 편집·출간한 출판사 난다 김민정 대표는 4일 연합뉴스에

"어제 저녁 시인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택에서 밤새 병세가 악화해 다음 날 아침(현지시간)에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장례는 현지에서 수목장으로 치른다고 한다"고 전했다.

시인은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했으며, 이 사실을 지난 2월 김 대표에게 알린 뒤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지난 8월에는 2003년 나온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15년 만에 새롭게 편집해 위 제목으로 산문집을 내기도 했다.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상경해

방송국 스크립터 등으로 일하다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후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와 '혼자 가는 먼 집'을 낸 뒤 1992년 돌연 독일로 건너갔다.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고대 근동 고고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와중에도 꾸준히 시를 써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등 4권의 시집을 냈다.

시인은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 그림움을 노래했다.

또 독일에서 26년간 이방인으로 지낸 삶은 그의 시에 고독의 정서를 짙게 드리우게 했으며,

시간의 지층을 탐사하는 고고학 연구 이력은 그의 시에 독보적인 세계를 만들어냈다.

시 외에 소설과 동화, 산문 등 다른 장르 글도 열정적으로 썼다.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 문학상, 이육사 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독일에서 지도교수로 만나 결혼한 남편이 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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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영 시인에 이어 허수경 시인까지...아직 다들 나보다 작은 나이인데...

살아 생전 마음의 고통은 겪을 만큼 겪고 시로 표현 했지만 육체적인 고통은 또 어쩔 수가 없어서

 

앞서 최인훈 시인, 황현산 평론가 암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 접했을 때 허수경 시인도 그렇다는 얘길

듣긴했습니다만 이 시대 지성인으로 시인으로 정말 열심히 살아 오신 분 중의 한 분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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