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채영
유등
나는 어쩌다 유등이 둥둥 뜨는
이 강가를 고향으로 두고 있는가
강물이 꽃 핀다고
멀리 있는 당신에게 타전하고
글썽이는 등불하나 물에 놓아 준다.
기슭은 찰싹찰싹 물이 돌아오는 소리 들리지만
오늘은 죄다 떠나가는 기슭이어서
나는 소원을 버리는 사람들 틈에 서서
물길 합수合水 되는
어느 지류를 꿈꾸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스스로 흐르는 물이 없다고
따라가는 물길들 뿐이라고
유등 흘러가다 꺼지는 그 쯤에서
캄캄하게 기다리겠노라고
또 글썽글썽 타전하는 것이다.
등을 밀듯 등燈을 민다.
당신의 등이 어깨 쪽으로 기울 듯
꽃 피는 물이 절정이다.
오늘 같은 밤, 당신의 등에 기대면 찰랑찰랑
물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겠다
- 화요문학 2017.
2010. 문학사상 등단
* 진주남강 유등축제 시작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