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기택 넥타이

생게사부르 2018. 9. 29. 08:16

김기택



넥타이


목이 힘껏
천장에 매달아 놓은 넥타이를 잡아 당긴다
공중에 들린 발바닥이 날개처럼 세차게 파닥거린다

목뼈가 으스러지도록 넥타이가 목을 껴안는다
목이 제 안에 깊숙히 넥타이를 잡아 당긴다
넥타이에 괄약근이 생긴다

발버둥치는 몸무게가 넥타이로 그네를 탄다
다리가 차낸 허공이 빙빙돈다
몸무게가 발버둥을 남김없이 삼키는 동안
막힌 숨은 구역질 하던 입에서 긴 혀가 빠져나온다

벌어진 입이 붉은 넥타이를 게운다
수십 년 동안 목에 맸던 모든 넥타이를 꾸역꾸역 게운다
게워도 게워도 넥타이는 그치지 않는다

발바닥과 발끝 사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줄어들지 않던 한 뼘의 허공이
사람을 맨 넥타이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      *      *

 

 

현실에 갖다대면 참으로 슬픈 시

 

김기택 시인의 묘사는 ' 글로 찍어 낸 사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그 시작 일텐데...일상의 태도에서 비롯 되었겠지요

저로선 많이 부족한 부분입니다

 

대학시절 학교 신문 기자생활을 하면서

신임이나 새로 생긴 학과 교수님들 인터뷰를 다닌 적이 있습니다

생물학이나 의류학과 등 ' 이과' 계통 교수님들이 그러시더군요.

 

제가 역사과라고 소개를 하면 ' 사기꾼' 같달까 그런 느낌이라고...

제가 전공하는 학과에 대해 그렇게 말해도 화가 나기는커녕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자기들은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것(미생물, 섬유조직)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실험을 하면서 밤을 새고

그 결과 일상 생활에 활용해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역사는 인간이 살아 온 그 오랜 시간, 그 많은 분야, 그 숱한 사람들을 두루뭉술 공부를 하거니와 대부분 언변들이

얼마나 좋은지 ...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오해일 수도 있고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영역에 대한 부러움 일수도 있고

서로 그런 것이지요.

 

제 블로그에 ' 다리저는 사람' ' 소' 가 소개되었는데 김기택 시인의 세밀한 묘사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합니다.

진심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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