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안도현 무말랭이

생게사부르 2018. 9. 25. 07:28

무말랭이


안도현


외할머니가 살점을 납작납작하게 썰어 말리고 있다
내 입에 넣어 씹어 먹기 좋을 만큼 가지런해서 슬프다
가을볕이 살점 위에 감미료를 편편片片 뿌리고 있다

몸에 남은 물기를 꼭 짜버리고
이레 만에 할머니는 꼬들꼬들해졌다

그해 가을 나는 외갓집 고방에서 귀뚜라미가 되어 글
썽글썽 울었다

 

 

 

 

사진: 55년 양띠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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