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기택 소

생게사부르 2018. 9. 26. 20:04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 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뻑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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