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경후 불새처럼

생게사부르 2018. 9. 20. 08:27

김경후


불새처럼


나는 많이 죽고 싶다, 봄이 그렇듯, 벌거벗은 나무에 핀 벚
꽃과 배꽃이 그렇듯, 너무 많이 죽어 펄럭이고 싶다, 파
도치고 싶다, 세상 모든 재와 모래를 자궁에 품고, 잿더
미의 해일도 일으켜 보자,죽음보다 더 많이 죽어보자, 살
과 소음, 그런거 말고, 삶과 소식들, 그런 건 더더욱 말
고, 소금과 술로밖에 쓸 수 없는 시를 쓰고 싶다, 너무 많
이 죽어, 늘 증발 해 버리는 시, 그 시를 주술처럼 중얼거
리며 죽고 싶다, 아주 자주, 아주 많이, 보석들 대신 비석
들을 갖고 싶다, 비석들도 죽이고 죽고 싶다, 비석들 위
로, 너무 많이 죽은 시들을 밤하늘처럼, 피와 황금의 사
막처럼 펼치자, 나는 많이 죽고 싶다, 잿가루보다 무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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