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회의 /박소유
동그란 결론을 내자는 뜻이지요
한 명이라도 딴소리하면 옆으로 새는 혓바닥처럼
일그러지는 둥근 탁자
맞은 편에 앉은 저 사람은
사랑이라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 같군요
중요한 건
정색을 하고 앉은 사람들 틈에 있으면
나는 왜 이렇게 시시껄렁해질까요
터져 나오는 웃음처럼
동그라미를 치고
밑줄을 긋고
리듬도 없이 시간은 흘러가네요
이토록 많은 말이 필요한 건지
입을 다물면 금방 큰일 날 것처럼
한마디 하라고
재촉하는 사람들
입을 맞추자는 것이지요
오! 오! 동그랗게 오므린 입술만 내밀면
비로소 하나가 되어 있겠네요
우리는 금방 헤어질 사람들인데
금방 다시 만날 사람처럼
왜 이렇게 다정해 지려고 하는 걸까요
* * *
원탁회의든 사각회의든
' 우리는 금방 헤어질 사람들인데
금방 다시 만날 사람처럼
왜 이렇게 다정해지려고 하는 걸까요'
'살아 있어서
함께 살아가야해서'
부족하나마 답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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