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소유 원탁회의

생게사부르 2018. 9. 19. 00:41

원탁회의 /박소유


동그란 결론을 내자는 뜻이지요
한 명이라도 딴소리하면 옆으로 새는 혓바닥처럼
일그러지는 둥근 탁자
맞은 편에 앉은 저 사람은

사랑이라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 같군요

중요한 건

정색을 하고 앉은 사람들 틈에 있으면

나는 왜 이렇게 시시껄렁해질까요

터져 나오는 웃음처럼

동그라미를 치고

밑줄을 긋고

리듬도 없이 시간은 흘러가네요 
이토록 많은 말이 필요한 건지

입을 다물면 금방 큰일 날 것처럼

한마디 하라고

재촉하는 사람들

입을 맞추자는 것이지요

오! 오! 동그랗게 오므린 입술만 내밀면

비로소 하나가 되어 있겠네요

우리는 금방 헤어질 사람들인데

금방 다시 만날 사람처럼

왜 이렇게 다정해 지려고 하는 걸까요

 

 

*       *        *

 

 원탁회의든 사각회의든

 

' 우리는 금방 헤어질 사람들인데

금방 다시 만날 사람처럼

왜 이렇게 다정해지려고 하는 걸까요' 

 

'살아 있어서

함께 살아가야해서'

부족하나마 답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