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리
껍질째 먹는사과
껍찔째 먹을 수 있다는데도
사과 한입 깨물 때
의심과 불안이 먼저 씹힌다
주로 가까이서 그랬다
보이지도 않는 무엇이 묻었다는 건지
명랑한 말에도 자꾸 껍질이 생기고
솔직한 표정에도 독을 발라 읽곤 했다
그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전례가 그렇다는 거
사과가 생길 때부터 독이 함께 있었다는 얘기
이거 비밀인데,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목에 탁 걸리는
이런 말의 껍질도 있지만
중심이 밀고 나와 껍질이 되었다면
껍질이 사과를 완성한 셈인데
껍질에 묻어 있는 의심
이미 우리가 먹어 온 달콤한 불안
알고 보면 의심도 안심의 한 방편이었을까
* * *
껍질에 필요한 영양소가 많아서 특히 껍질을 먹어야 하는 과일이 사과라는데
저 역시 껍질째 먹지 않습니다
토마토 껍질이나 열무김치 시래기 같은 종류 통째로 넘기지 못하고 꼭 혀에서 걸리더라고요
올바르지 못한 식 습관... 남들 앞에서 과일을 잘 먹지 못합니다
식이섬유질...
사과를 큰 맘먹고 껍질째 먹어 본 적이 있습니다만 음식 쓰레기도 줄고 좋던데
습관을 무시 못하는 지라 저도 모르게 깎아 먹고 있다는 거
껍질을 씻는다고 씻지만, 간혹 농약인지 껍질에 찐득하니 묻어 잘 씻어지지 않는 감각이
기억에 남아서 대부분 사과를 깎아 먹게 되지요.
한 때 우리세대는 며느리 될 사람이 시가에 인사를 오게되면
사과를 깎아 보라고 내어주면서 은연 중에 테스트를 해 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껍질을 한번도 끊어지지 않게 얇게 깎아내면 살림 솜씨가 좋다고 예상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어느 때부터 그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껍질을 뭉턱 뭉턱 많이 깎아 내는 게 사회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교양있는 여성으로...
불행하지만 그 때부터 사람을 불신하는 풍조가 일상화되기 시작 한 것 같네요
시기로 치면 산업화가 한창 무르익는 80년 대일지
' 손익'이 ' 인간의 양심'을 좌우하기 시작하는 ...
한 때, 표충사나 언양 쪽 오고 가는 길에 ' 밀양 얼음골' 사과를 자주 사 먹었는데
남쪽 지방 도로 가에서 파는 거의 모든 사과가 '얼음골' 사과라 하기도 하고...
" 껍질에 묻어 있는 의심
중심이 밀고 나와 껍질을 만들었다면
껍질이 사과의 완성인 셈인데
시인 말대로 의심도 안심의 한 방편" 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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