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곁 민왕기

생게사부르 2018. 8. 14. 23:29

 

 




민왕기


곁을 준다 줄 것이 없어 오늘은 곁을 주고 그저 머문다
구름 곁에서 자보고 싶은 날들도 있지만
내일은 그냥 걷다 옆을 주는 꽃에게 바람이 마음 준 적 있
는지 묻겠다
곁이 겨드랑이 어느 쪽인지, 옆구리 어떤 쪽인지
자꾸 사람에게 가 온기를 찾아 보는 쓸쓸이 있어
나는 간혹 몸 한 켠을 더듬어볼 텐데
야윈 몸에 곁이 돋으면 너에게 가겠다고 편지하겠다
곁이라는 게 나물처럼 자라는 것인지
그리하여 내가 내 곁을 쓸어 보는 날엔
나무가 잎사귀로 돋는 곁이 있고 별이 빛으로 오는 곁도
있다고 믿어보겠다
가령 어느 언덕배기 세상에 단 둘이 곁으로 사는 집, 비추
는 달빛도 있다고 생각하겠다
고작해야 이 삶이 누군가의 곁을 맴돌다 가는 것일지라도
곁을 준다 줄 것이 없어서 곁을 주고 세상의 모든 곁이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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