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물

이별...그러나 영원한 삶

생게사부르 2016. 1. 23. 00:21

이별...그러나 영원한 삶 (신영복 선생님 2.)

 

손석희 뉴스앵커의 신영복 선생님 추모내용은 ' 청구회 추억'이었습니다.

주제는 약속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 <청구회 추억 >은 감옥에 들어가기 2년 전인 1966년 스물다섯의 청년 신영복과 당시는 국민학생이라

 불리었던 초등학생 또래 꼬마 6명의 이야기입니다.

      1966년 봄. 서오릉으로 문학회 소풍을 갔던 젊은 신영복은 허름한 옷차림의 꼬마들을 만나게 됩니다.

꼬마들 역시 왕복 버스회수권 두 장, 일금 10원, 점심밥 해먹을 쌀과 찬을 보자기에 싸서 소풍을 가는 길이었지요.

 

아이들과 친해진 선생은 사진을 찍고 주소를 적어주고 한 묶음의 진달래꽃을 선물 받은 뒤 헤어집니다.

 이 짧은 한나절의 사귐은 보름 뒤 배달된 편지 한 통으로 인해 계속 이어지게 되지요.

 

"요즈음 선생님은 안녕하십니까. 우리가 말하던 클럽 이름 좀 지어주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답장 바람"

      신영복 선생과 청구국민학생 여섯 명.. 청구회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장충체육관 앞이 만남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매달 자신의 힘으로 번 10원씩을 함께 모아 저금했고 거지왕자, 플루타크 영웅전 같은 책도 함께

읽었던 청구회의 추억.

 

 ...그러나 만남은 선생이 영어의 몸이 되면서 중단돼야만 했습니다.

사형선고를 받고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때 쓴 이 글은 어느 헌병의 도움으로

세상 밖으로 전해졌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혹시 아직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나 않을까..

염려하던 사형수는 하루 두 장씩 지급되는 재생종이로 된 휴지 위에 한 장 한 장 그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그에게 있어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할 당연한 무엇이었고 나이와 가진 것의 많고 적음. 배움의 차이 같은

세상의 기준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겠지요.

약속이 버려지는 시대.

사람의 선의가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왜곡되고 각자도생이 운위되는 비정한 시대를 사는 많은 이들은

어쩌면 그래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또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먼 훗날 나는 서오릉으로 봄철의 외로운 산책을 하고 싶다. 맑은 진달래 한 송이 가슴에 붙이고

천천히 걸어갔다가 천천히 걸어오고 싶다"

머지않아 봄이 다시 찾아오면 서오릉에는 맑은 진달래꽃이 다시 필 겁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매월 마지막 토요일 장충체육관 앞 눈앞에 선한 그 처마 밑과 층층대 아래에 서서

그와의 약속을 기다릴 것만 같습니다. "

 

 

 

 

 

"뉴스타파"서는 선생님 영전에 바치는 16분 남짓의 동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심부름 같은 삶 28년
동토에 갇힌 삶 20년
   바다에 이르는 삶 28년

우리의 파행적인 근 현대사에서 이 시대의 모순, 폭력을 온몸으로 맞으셨지만 그걸 시대의 아픔으로만 끝내지 않고

인간으로서 더 이상 완벽 할수 없을 정도로 자신이 받은 폭력을 아름답게 승화시켜 사회에 되돌려 줌으로써

마침내 승리한 삶을 사신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미 그 당시 공부야 할 만큼 하신 상황이었지만
공부가 공부로서만 끝나지 않고, 인간이 생활 할수 있는 제일 낮은 곳에서 새로운 앎과 내면적 성찰을 통해

‘양심을 지키고 지성을 키우신 분
‘한평 감옥’이 인생의 대학이 되고 갇힌 감옥 안에서 오히려 훨훨 날수 있는 내면의 자유를 찾은 분
살아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던 기약이 없던 무기수로서의 막막함
결과적으로 20년이었지만 말이 20년이지 28살 청년이 48살이 되어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 감옥을 나섰으니...
그 시간에 자신을 , 또 이웃을, 인생을 성찰 하신 탓에

 

‘ 만나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우리사회가 담겨 있는 책 같이, 역사가 담겨 있는 것 같이'

소중한 마음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았는지
그래서 더불어 한 길, ‘더불어 숲’을 이루기 위한 초석 다질수 있었던 듯 합니다.

삶과 사람을 중심에 두었던 철학적 사유와 실천적 연대를 위한 저서와 강의외에

글씨체 역시 민체, 연대체로 서민적 형식과 민중적 내용으로 평가 받고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정치인이나 언론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사회 안전망 밖의 사람들에 의한 범죄, 부모 역할이 뭔지 기본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 의한 아동학대와

살해 같은 험악한 뉴스가 전파를 타는데도, 생활이 빡빡한 서민들 다수가 자기 몸 사리기에 바쁘고

내가, 내 가족이 희생자가 아니면 된다는 세태...

 

지금 이시대가 그 어느 때보다, 또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연대가 필요하기에,

‘인간’이 소 우주인, 인간의 존엄이 입으로가 아니라 실천적으로 필요한 시대여서

선생님의 빈 자리가 크고 선생님의 부재가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더불어 숲'의 의미와 생전 가르침 몇 가지, 제 스스로를 다지기 위해 적어봅니다.



‘더불어 숲’의 의미

" 죽순은 뿌리 부분이 마디가 짧고 올라 갈수록 마디가 점점 길어집니다.
짧은 마디가 만들어 내는 강고한 힘이 대나무의 큰 키를 지탱합니다.
죽순은 뿌리에서 돋아나죠. 누가 심어 주는 게 아닙니다.
깜깜한 땅 속에서 뻗어나가는 죽순의 뿌리는 아예 마디 투성이입니다
그리고 이 대나무 밭의 모든 뿌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홍수 때에도 언덕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함께여서 지킬 수 있는 겁니다."
(2015.7월)

“ 자기가 짐 져야 하는 물리적 고통은 막상 당하면 여러분들도 다 감당합니다
그러나 자기 때문에 고통당하는 사람의 아픔이 건너오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쁨과 아픔의 근원은 ‘관계’입니다. ”

" 역사는 직선의 행보가 아닙니다
무수한 시행착오, 지그재그 전진과 후퇴를 가지며 진행됩니다. "


우리의 삶은 흔히 여행에 비유됩니다.
일생동안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 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이성(cool head)과 감성(warm heart)의 거리를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하고
지식과 품성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슴의 공감들이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인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다시 발에 이르는 긴 여정의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발’은 삶의 현장이며, 땅이며, 숲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지향해야 하는 여정이란 결국 개인으로서의 완성을 넘어 숲으로 가는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완성이 명목(名木)리나 낙락장송(落落長松)이 아니라 수많은 나무가 함께 살아가는 ‘숲’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생 동안의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머리 좋은 사람과 마음 좋은 사람의 차이,
머리 아픈 사람과 마음 아픈 사람의 거리가
그만큼 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 그것입니다.
발은 여럿이 함께 만드는 삶의 현장입니다.
수많은 나무들이 공존하는 숲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에서 다시 발까지의 여행이 우리의 삶입니다.

 



" 머리 좋은 것이 마음 편 한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는 것 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합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이,
실천 보다는 입장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


쇠귀 신영복 선생님의 고단했지만 깨달은 삶

책과 강연을 통해 남겨 놓으신 숱한 사색과 철학적 사유가

우리 남아 있는 사람들의 발을 통해 현장에서 실천적 유대를 형성해 가기를

들불같이 번져 갔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벌써부터 선생님의 빈자리를 아위숴 하며 그의 남기신 가르침을 되돌아
반추하고 반추합니다.

선생님의 저서로는

담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변방을 찾아』서-돌베개, 처음처럼』- 랜덤 하우스

『손잡고 더불어』, 『나무가 나무에게』, 『강의: 나의 동양 고전 독법』, 『청구회 추억』,

『다른 것이 아름답다』(공저), 『여럿이 함께』 , 『한국의 명강의』(공저), 『느티아래 강의실』(공저) 등이 있다.

 역서로는 『외국무역과 국민경제』, 『사람아 아! 사람아』, 『루쉰전』(공역),

『중국역대시가선집』(기세춘 공역, 4권)이 있다.

 

 '더불어숲' 홈페이지에서 선생님의 철학을 알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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