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휴식
봄 햇살이, 목련나무 아래
늙고 병든 가구들을 꺼내놓는다
비매품으로
의자와
소파와
침대는
다리가 부러지고 뼈가 어긋나
삐그덕거린다
갇혀서 오래 매 맞은 사람처럼
꼼짝없이 전쟁을 치러온
이 제대병들을 다시 고쳐 전장에,
들여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의자에게도 의자가
소파에게는 소파가
침대에게도 침대가
필요하다
아니다, 이들을
햇볕에 그냥 혼자 버려두어
스스로 쉬게하라
생전 처음 짐 내려놓고
목련꽃 가슴팍에 받아 달고
의자는 의자에 앉아서
소파는 소파에 기대어
침대는 침대에 누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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