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길상호 아침에 버린 이름

생게사부르 2018. 5. 12. 21:48

 

 

아침에 버린 이름 / 길상호



오래 찾아 돌아다닌 명찰은
건조대 외투 안주머니에서 나왔다
온갖 빨래들 사이에서
풀코스 세탁을 거친 것인데
물로 씻은 길상호는
잉크가 얼룩진 채 젖어 있었다
습기 가득한 명찰을 목에 걸고
아침이 두통처럼 무거워졌다
깨끗한 이름으로 살고 싶었으나
희미하게 번지기만 하던 날들,
젖은 이름을 빼 말리다가
나는 그만 찢어지고 말았다
이름을 버린 오전 현관문 앞에는
수신인을 잃어버린 편지가
빗물에 퉁퉁 불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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