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좀처럼 달이 뜨지 않는
당신도 없이 나를 견디고
좀먹은 옷처럼
당신 떠난 자리를 봅니다
북이 아니라
나무통에 맞은 북채의 소리 같은
그런 이별이 있었지요
해는 졌는데
좀처럼 달이 뜨지 않는 그런 밝기의
이별을 당신은 바랐던가요
울지 않는 새의
부리가 녹슨 화살촉이었다는 것을
당신은 왜 일찍 일러주지 않았던가요
당신도 없이 나를 견딥니다
묵은 베개의 메밀 속처럼
나날이 늙어도 꼭 그만큼입니다
입술
우리가 헤어진 지 오랜 후에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잊지 않겠지요
오랜 세월 귀먹고 눈멀어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알아 보겠지요 입술은 그리워하기에
벌어져 있습니다 그리움이 끝날 때까지 닫히지
않습니다 내 그리움이 크면 당신의 입술이
열리고 당신의 그리움이 크면 내 입술이
열립니다
우리 입술은 동시에 피고 지는 두 개의 꽃나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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