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성복 래여애반다라 1, 그렇게 속삭이다가

생게사부르 2018. 5. 16. 06:38

이성복


來如哀反多羅 1


 

추억의 생매장이 있었겠구나
저 나무가 저리도 푸르른 것은,
지금 저 나무의 푸른 잎이
게거품처럼 흘러내리는 것은
추억의 아가리도 울컥울컥
게워 올릴 때가 있다는 것!
아, 푸르게 살아 돌아 왔구나,
허옇게 삭은 새끼줄 목에 감고
버팀목에 기대 선 저 나무는
제 뱃속이 온통 콘크리트 굳은
반죽 덩어리라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속삭이다가

 

 

저 빗물 따라 흘러가봤으면,

빗방울에 젖은 작은 벚꽃 잎이

그렇게 속삭이다가, 시멘트 보도

블록에 엉겨 붙고 말았다 시멘트

보도블록에 연한 생채기가 났다

그렇게 작은 벚꽃 잎 때문에 시멘트

보도블록이 아플 줄 알게 되었다

저 빗물 따라 흘러가봤으면,

비 그치고 햇빛 날 때까지 작은

벚꽃 잎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고운 상처를 알게 된 보도블록에서

낮은 신음 소리 새어나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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