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속의 방/ 길상호
쓸쓸하게 배가 아픈 밤
손을 따고 들어가보는 방
손톱의 창에 박혀 있던 가시는
곪은 바람을 또 불러들이고
명치에 쌓인 나를 쓸어 내리며
당신은 아무 말 없네
어둠이 죽은피처럼 고여
끈적거리는 그 방안에서
끊어진 손금 묶어 이으면서
당신이 보랏빛으로 떠는 동안
창 너머 하늘에 따끔
차가운 별 하나 돋아나네
서서히 굳는 핏방울과 함께
스르르 닫히고 마는 방
손톱 속에 당신을 묻고
나는 다시 나의 손금을 사네
* * *
소화력이 별로 좋지못했던지 아님 음식에 구미가 당겨 좀 급하게 정량보다 더 먹었는지...
어릴 때 부터 한 번씩 급체에 시달릴 때가 있었습니다.
명치끝이 막혀 속이 갑갑하다 못해 머리까지 아프면 일이 난 거지요.
오른 쪽 갈비뼈 아래를 치면 아프기도 했고요
요즘이야 정로환이나 소화제를 먹거나 심하면 병원을 가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바늘로 따서
해결을 해 주시곤 했지요. 결혼해서는 시어머님께서 그렇게 해 주셨고요.
바늘을 불에 달구거나 머리에 대고 쓱쓱 문질러서 실로 엄지손가락을 챙챙 감아서
손가락을 구부려 손톱 밑을 튕기면 시에서 처럼 ' 검은 죽은피'가 나옵니다.
등을 두드려 주거나 쓸어주면서 바늘로 따고 나면 거짓말처럼 낫기도 했고요.
물론 그런 일을 몇번 당하고 나서는 식사 때 위에 음식을 꽉 채우지 않고 약간 모자란 듯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양이 차면 절대로 음식을 더 이상 먹지 않는 습관이 들게 되기도 했고요.
눈 앞의 음식이 아무리 구미가 맞고 간혹 먹어치워야 할 상황이 되더라도...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흔히 우리네 할머니들이 해 주신 그런 치료행위가 무식한 것인지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또 원래 피가 몸 밖에서 산소를 만나게 되면 검게되는지 ...잘 모릅니다만...
그렇게 하면 낫는다고 믿었고 낫기도 했습니다. 요즘 같으면 파상풍 걸린다고 질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떻든 시인은 ' 손톱 속의 방' 이라고 표현하네요.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되살리게 해주는 시인의 말의 힘
시를 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사진 : 평생교육 ' 네일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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