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연준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생게사부르 2018. 3. 22. 19:59

박연준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내 나쁜 몸이 당신을 기억해
온몸이 그릇이 되어 찰랑대는 시간을 담고
껍데기로 앉아서 당신을 그리다가
조그만 부리로 껍질을 깨다가
나는 정오가 되면 노랗게 부화하지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눈을 감아
감은 눈 속으로 현란하게 흘러가는 당신을
낚아!채서!
내 기다란 속 눈썹 위에 당신을 올려 놓고 싶어
내가 깜빡이면, 깜빡이는 순간 당신은
나락으로 떨어지겠지?
내 이름을 길게 부르며 작아지겠지?
티끌만큼 당신이 작아 보이는 순간에도
내 이름은 긴 여운을 남기며
싱싱하게 파닥일거야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내 눈은 깜빡깜빡 당신을 부르고
내 기다란 속 눈썹 위에는
당신의 발자국이 찍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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